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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베개 옆에 두고 잤더니 아침에 그래프가 떠 있다. 깊은 잠 1시간 12분, REM 1시간 40분, 수면 점수 78점. 그런데 이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걸까.
짧게 답하면 이렇다. 폰 수면 측정은 언제 잠들고 언제 깼는지, 밤사이 얼마나 뒤척였는지 같은 큰 흐름은 꽤 쓸 만하게 보여 준다. 반면 깊은 잠과 REM을 분 단위로 나눈 수치는 측정이 아니라 추정에 가깝다. 하룻밤의 숫자보다 여러 밤에 걸친 추세를 보는 도구로 쓰는 게 맞다.
폰은 잠을 직접 재지 않는다
수면 단계는 원래 뇌파로 나눈다. 병원에서 하는 수면다원검사는 뇌파에 눈 움직임, 턱 근육의 긴장, 호흡, 산소포화도까지 함께 기록하고, 사람이 30초 단위로 판독한다. 깊은 잠과 REM 수면을 가르는 기준이 뇌파이기 때문이다.
폰에는 뇌파 센서가 없다. 수면 앱이 주로 쓰는 건 움직임을 잡는 가속도 센서다. 매트리스 위에 놓인 폰이 몸의 뒤척임을 느끼고, 움직임이 줄면 잠든 것으로, 다시 커지면 얕은 잠이나 깬 것으로 본다. 마이크로 숨소리나 코골이를 듣는 앱도 있지만 원리는 같다. 몸 밖에서 들어온 신호로 몸 안에서 일어난 일을 짐작한다.
그래서 생기는 대표적인 오차가 있다.
- 가만히 깨어 있는 시간을 잠으로 센다. 불을 끄고 30분 동안 눈만 감고 있었다면, 움직임으로는 잠든 사람과 구별하기 어렵다.
- 다른 움직임이 섞인다. 같이 자는 사람이 뒤척이거나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오면 그 움직임도 기록에 들어간다.
- 폰의 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베개 옆인지 발치인지, 두꺼운 토퍼 위인지에 따라 같은 밤도 다르게 읽힌다.
연구는 뭐라고 하나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2020년 학술지 Journal of Sleep Research에 발표한 연구가 이 문제를 직접 다뤘다. 건강한 성인 21명이 이틀 밤 동안 집에서 휴대용 수면다원검사 장비를 달고, 동시에 아이폰 수면 앱 네 개를 켜고 잤다.
결과는 이랬다. 네 앱 모두 잠자리에 있었던 시간은 검사와 잘 맞았다. 하지만 네 앱 중 어느 것도 REM 수면을 따로 잡아내지 못했다. 가장 정확했던 앱도 깨어 있던 시간은 실제보다 적게, 깊은 잠은 일부 많게 잡았다. 전체 수면 시간처럼 굵직한 값은 비교적 맞췄지만 단계를 나누는 데서 차이가 컸다.
미국수면의학회(AASM)도 2018년 입장문에서 같은 선을 그었다. 소비자용 수면 기기와 앱은 검증 연구가 적어서 지금은 수면 장애를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진료 과정 안에서라면 의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참고 자료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는 움직임에 심박 같은 신호를 더해 추정하는 경우가 많아 폰보다 단서가 많다. 그래도 뇌파를 재지 않는다는 점은 같아서, 단계 수치는 여전히 추정이다.
그래도 쓸모 있는 숫자
그렇다고 수면 기록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잘 맞는 쪽의 숫자를 골라 보면 된다.
- 잠자리에 든 시각과 일어난 시각. 생각보다 늦게 자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 평일과 주말의 차이. 금요일 밤마다 두 시간씩 밀리는 패턴은 하룻밤이 아니라 몇 주를 놓고 볼 때 드러난다.
- 뒤척임이 몰린 시간대. 새벽 4시쯤 꼭 한 번 깬다면, 그 시각에 무슨 일이 있는지(난방, 소음, 화장실) 따져 볼 실마리가 된다.
- 메모와 함께 본 변화. 커피를 늦게 마신 날, 야식을 먹은 날, 운동한 날을 적어 두고 비교하면 숫자 하나보다 훨씬 많은 걸 알려 준다.
반대로 흘려들어도 되는 숫자도 있다. 깊은 잠이 어제보다 8분 줄었다거나 수면 점수가 2점 떨어졌다는 식의 하룻밤 변화는 측정 오차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더 고르게 기록하는 법
추정이라도 조건이 매번 같으면 밤끼리 비교하기가 쉬워진다.
- 폰은 매일 같은 자리에 둔다. 앱이 안내하는 위치가 있다면 그걸 따른다.
- 밤새 기록하면 배터리를 쓰니 충전기를 꽂아 둔다.
- 둘이 한 침대를 쓴다면 내 쪽 가까이에 두고, 결과에 상대의 움직임이 섞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한다.
- 하루 이틀이 아니라 2주 정도는 모아 보고 판단한다.
숫자에 끌려가지 않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은 2017년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낸 사례 보고에서 '오소솜니아(orthosomnia)'라는 말을 처음 썼다. 완벽한 수면 기록을 좇다가 오히려 잠을 걱정하게 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공식 진단명은 아니다. 한 사례에서는 기기 기록을 보고 깊은 잠이 모자란다고 믿었던 사람이 실제 검사에서는 깊은 잠을 충분히 잔 것으로 나왔다.
아침에 몸이 괜찮은데 점수만 낮다면 몸 쪽을 믿는 편이 낫다. 반대로 점수와 상관없이 크게 코를 골다 숨이 멎는다는 말을 듣거나, 낮에 참기 힘들 만큼 졸린 날이 이어진다면 앱이 아니라 수면 클리닉에서 확인할 일이다.
Snora의 수면 측정은 어떤 쪽인가
Snora의 수면 측정도 폰의 움직임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리포트의 수면 점수, 단계, 호흡에 모두 「(추정)」이 붙어 있는 건 위에서 말한 한계 때문이다. Snora는 의료기기가 아니고 진단, 치료, 감시를 하지 않는다. 수면 측정과 90일까지의 리포트는 무료다. 이 글에서 권한 대로, 하룻밤 숫자보다 몇 주의 흐름을 보는 데 쓰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수면 측정 앱은 정확한가요?
잠든 시각, 일어난 시각, 총 수면 시간 같은 큰 흐름은 비교적 잘 맞지만, 깊은 잠과 REM을 나눈 수치는 추정입니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아이폰 수면 앱 네 개를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한 2020년 연구에서는 어느 앱도 REM 수면을 따로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하룻밤 수치보다 여러 밤의 추세를 보는 데 쓰는 게 좋습니다.
수면 측정할 때 폰을 어디에 둬야 하나요?
앱이 안내하는 위치가 있다면 그걸 따르고, 매일 밤 같은 자리에 두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위치가 바뀌면 같은 잠도 다르게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밤새 기록하면 배터리를 쓰니 충전기를 연결해 두세요.
수면 앱으로 수면무호흡을 알 수 있나요?
알 수 없습니다. 미국수면의학회는 소비자용 수면 기기와 앱을 수면 장애 진단에 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코골이가 심하고 자는 동안 숨이 멎는다는 말을 듣거나 낮에 심하게 졸리다면 수면 클리닉에서 검사를 받아 보는 게 맞습니다.
스마트워치가 폰보다 수면 측정이 정확한가요?
스마트워치는 움직임에 심박 같은 신호를 더해 추정하는 경우가 많아 폰보다 쓸 수 있는 단서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면 단계를 가르는 기준인 뇌파는 재지 않기 때문에, 워치의 단계 수치도 추정이라는 점은 같습니다.